부모님 시절만 해도 한 집에 자식이 많은 것이 자랑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많은 수의 자식을 낳기 보다는 제대로 키워낸 성품 좋고 똑똑한 자녀 한두 명이 더 귀하게 평가 받는 시대이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대략 10억 이상이 필요한데, 지금은 신혼부부가 자가를 구하는 것도 힘든 것이 현실이라 자녀 하나 낳는 것도 버겁다고들 한다. 즉 자녀 10명이나 된다면 10명 모두를 이 치열한 시대에서 경쟁력 있는 괜찮은 아이로 모두 키워내기에 어렵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역시도 마찬가지다.
1개의 기업에서 여러 개의 브랜드를 가졌다고 해서 성공했다고 볼 것이 아니라, 전국을 석권할 수 있는 똑똑한 브랜드 하나를 잘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예비창업자에게는 프랜차이즈 가맹계약 전 기업의 브랜드 숫자에 너무 연연해서는 안된다.
"브랜드 개발 능력과 프랜차이즈 확산 능력은 다르다."
혹시 고기프랜차이즈 중에서 '신씨화로'를 이용해본 사람이 있는가.
메뉴 구성도 나쁘지 않고 인테리어도 깔끔해 많은 이들을 단골로 만들어 낸 브랜드다. 또한 홍대에 있었던 '춘산'이라는 이자까야도 메뉴구성과 인테리어 분위기 등 동종업계의 선두 브랜드인 와라와라나 피쉬앤그릴보다도 경쟁력 면에서는 뒤질 것은 없어 보였다.
종로에 있었던 '참이슬본가' 역시도 숯불을 이용한 삼겹살과 다양한 안주를 제공하면서 바(Bar)도 갖춘 형식의 괜찮은 분위기의 고깃집이었는데 이 모두 신씨화로와 동일한 기업 브랜드이다. 그 외로도 4~5개의 브랜드를 개발하여 론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반인들이 알고 있거나 이용해 본 것은 아마도 '신씨화로'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위에서 언급한 브랜드들의 경쟁력은 조금만 더 갖추었더라면 전국 확산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씨화로는 40여개에로 확장되었다가 감소세를 이루면서 현재는 3개 매장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브랜드는 사업이 철수된 곳들이 오히려 더 많다.
해당 기업 오너의 브랜드 개발 능력은 국내에서 한 자리 숫자 수준으로 보여질 만큼 탁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탁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사 브랜드들의 프랜차이즈 전개의 확산력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또 다른 브랜드를 예로 들자면, 이제는 전국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새마을식당'은 돼지고기의 후지라는 부위의 뒷다리살을 이용해 고추장구이 메뉴를 만들어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연령대의 호평을 받아오고 있다. 비벼 먹는 된장찌개도 가성비가 훌륭할 따름이다.
보통 돼지고기의 전지나 후지는 비선호 부위로 취급을 받아왔으나 이를 역발상하여 서민을 위한 값싸고 맛있는, 나름의 인테리어 컨셉도 있는 훌륭한 고깃집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러나 2016년 당시만 해도 전국에 180여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었을 정도로 크게 흥행을 하지 못했던 브랜드이다.
그 당시 짬뽕 잘하는 집 '홍콩반점' 역시도 고물가 시대에 4,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의 짬뽕을 제공하는 것으로 국민복지에 작게나마 기여가 되었을 정도로 큰 호평을 받았다. 군만두나 탕수육 역시도 가성비가 높아 이용고객의 반응이 좋은 집이다. 그 외로 본가 갈비, 다정국수, 역전우동, 한신포차, 빽다방 등 이미 2010년 초부터 약 30여개 수준으로 요식업의 각 업종별 브랜드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는 한 개인이 론칭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과도하게 브랜드를 가졌다고 볼 수 있었다.
지금은 해당 기업의 본사 오너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들 앞에 노출이 되면서 유명인이 되었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맹사업이 점점 상승세를 이룰 수 있게 되었고, 코로나 시기 역시도 저가형 커피프랜차이즈, 배달창업 등이 강세를 보였을 때 역시도 이미 기존에 만들어진 비슷한 컨셉의 브랜드가 있었기에 뒤늦게 수혜를 맞기도 했다.
"브랜드 수만 늘리는 것이 성공한 기업은 아니다."
프랜차이즈 가맹계약 전 왜 브랜드 숫자에만 연연하면 안되는 것일까?
지금까지 위에서 얘기한 두 개의 기업은 탁월한 브랜드는 여럿 가지고 있는 훌륭한 회사로 보여질 수 있지만, 프랜차이즈를 2가지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①수익성이 좋은 제대로 된 매장을 만들어서 직영으로 몇 개 운영하며 개인사업을 할 것인지, ②전국적으로 가맹사업을 펼쳐 기업으로 갈 것인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일단 가맹사업이란 한 번 시작하면 능력 부족으로 인해 매장이 몇 개 못 나갈지라도, 가맹비를 내고 수억 원을 들인 가맹점주와 사업적 운명을 함께 하기 때문에 사업형태가 법인이건 아니건 사회적 책임을 갖는 기업이 된다. 그 본사의 오너를 위해서도 망하면 안되겠지만, 오너를 넘어 그 기업이 영속성을 가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자동적으로 부여된다는 뜻이다.
신씨화로와 새마을식당 두 개의 본사는 우수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우수 프랜차이즈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 차이는 무엇일까? 개인의 역량과 경험, 참여인력의 숫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한 개의 브랜드가 론칭되기까지는 많은 직접 비용과 기회 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1호점이 론칭되고 매장이 나가기 시작하면 운영방식 및 수익구조, 물류구조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중형 프랜차이즈 기준으로 봤을 때 가맹점만 따지면 최소 50~100개 이상이 되어야 기본적인 성과와 보상이 따르는 구조다.
이에 신씨화로는 전국 40개 정도 매장이 나간 것이 이제 겨우 직영점 3개를 운영하는 본사 사장님은 그 40개가 훌륭해 보이겠지만 이 한 개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소요된 사업비나 시스템 구축 비용, 물류 구축 비용, 본사관리 비용, 시행착오 시 발생하는 손실금 등을 포함해서 계산한다면 투자하고 고생한 것 대비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보통 가맹점 40개 정도 수준으로는 본사관리비를 유지하기 어려워 장수 브랜드로 가는 것은 오너의 굳건한 의지만으로는 버겁다. 물론 수익성 좋은 직영점이 10개 정도 있다면 이 문제는 별도의 얘기가 되겠지만, 해당 브랜드의 경우 매장 수가 점점 정체되고 점진적으로 줄어들어 이제는 전국에 3개 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새마을식당은 그 규모는 훨씬 크지만 유사한 면을 갖고 있었다. 2016년도만 해도 좀 된다는 브랜드라도 200개 가맹점도 채 못내고 있던 실정이었기 때문에 나름으로는 약진하고 있었지만 30개 내외의 브랜드 중 전국을 모두 석권하고 있던 것은 아니기에 확실하게 검증된 브랜드라는 확신을 갖기에는 모호했다.
물론 최근에는 다수의 브랜드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제는 나름의 검증된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입증해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부진한 성적을 내는 브랜드가 존재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단순 매장숫자가 아닌 시스템과 브랜드 장수이다."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몇 년 안에 수백 개의 매장이 생기고 또 몇 년 안에 모두 사라지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고기 브랜드냐, 밥 브랜드냐, 주점 브랜드냐에 따라서 영역별로 시장 트렌드를 다르게 반영할 줄 알아야 한다.
본사는 이런 아이템별로, 브랜드별로 서로 다른 시장에서 계속 생존하기 위해 그 분야의 연구와 개발을 심도있게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가맹점주들의 성향도 달라서 수퍼바이저들의 매장관리 시스템과 방식도 다르고, 집중화해야 할 부분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수십 개의 브랜드를 동시에 경쟁력을 유지시키면서 제대로 관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어느 기업이라도 브랜드를 만들어낼 능력이 없어서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충분히 관리하고 마케팅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적정숫자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제대로 된 브랜드 한개의 위력은 어설픈 10개 브랜드보다 강력하다."
한 개의 브랜드로 전국을 석권하고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이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세계시장을 공략하여 글로벌 기업이 될 수도 있다. 한 개 브랜드의 경쟁력이 맥도날드나 파리바게뜨처럼 어느 수준까지 도달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 개의 브랜드에 좀 더 집중을 해야 한다.
어설프게 여러 브랜드를 만드는 일에 시간과 인력, 기획 모두 분산하지 말고, 여기까지 온 우리 브랜드가 더 높은 경쟁력과 시스템을 가질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R&D 비용을 아까워해서는 안된다. 이 비용을 그냥 새는 돈이라고 아까워하거나 신규 사업 비용은 혹시 모를 대박을 안겨줄 아깝지 않은 투자라는 식의 상반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 30초를 단축하기 위해 연구소를 운영하는 맥도날드는 아니더라도 연구 개발비나 시장조사비, 시스템 구축비 등에 더욱 투자하여 한 개의 브랜드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장수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장수 브랜드는 고객은 물론 가맹점주, 직원, 오너 그리고 관계 하청 회사까지 모두를 행복하게 유지시켜주는 프랜차이즈의 사회적 책임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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